2010년 2월 10일 수요일

이누엔도 3. heterosis, Wallflower블로그


트위터에서 팔로우 하는 분 중에 @heterosis라는 분이 있다. 이 분이 올리는 트윗 또는 링크 중에는 내게는 어려운 내용도 있고, 흥미로운 내용도 있다. 오늘 올라온 트윗 중 이런 글이 있었다.

멋진데? 아니면 어쩔거야? 응? http://wallflower.egloos.com/ 현대철학자들 치고 라캉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이 글을 보고 나는 링크된 글(몇 가지 생각들, 단상)을 읽었다. 블로그를 읽다보니 이택광이라는 이름 석자가 드러났고 트윗에서 누군가 그에 대해 얘기한 것을 들은 기억이 있다. 비판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도 같이 비판적이 될 지는 내가 직접 글을 읽고 판단할 일이었다. 그래서 블로그에 가서 글을 읽었다.

나는 블로그 글을 읽으면서 상상한다. 이 글을 쓴 이는 어떤 사람일까? 무엇을 꿈꾸는 사람일까? 무엇에 화내는 사람일까?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일까? 그런게 드러나지 않은 블로그는 안 읽는다. 읽지 못하겠다.

블로그 글을 읽다보니 이택광이라는 분은 직업이 교수이다. 나는 글에서 이분의 인격, 바라는 것, 분노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그것들이 글에 드러나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 블로그의 다른 글들도 읽어보려고 한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heterosis님은 이 글을 비판하는 트윗을 올렸는데 결국은 그 트윗 '덕분(?)'에 난 이 블로그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내용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자신을 드러내는 블로그'라는 호감도를 가지게 된 상태이다.

여기에서 어제 새로 알게 된 '이누엔도'라는 개념이 떠오른다. 이누엔도의 개념을 소개하는 Gatorlog 블로그의 흥미로운 글 중에는 이런 실험결과가 나온다.

Wegner박사팀은 실험을 통해 가공의 정치인 Bob Talbert에 대한 두 종류의 이누엔도를 만들었다. 신문 헤드라인에 나온 제목이라면서 실험 참여자들에게 "IS BOB TALBERT LINKED WITH MAFIA?"와 "BOB TALBERT NOT LINKED WITH MAFIA"라는 두 종류의 이누엔도를 보여주고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단언적 문장 "BOB TALBERT LINKED WITH MAFIA"와 비교했다. 실험 참석자들의 BOB TALBERT에 대한 인상을 물었을 때, 당연히 직접 공격하는 문장을 본 실험 참여자들은 BOB TALBERT에 대해 부정적인 점수를 주었다. 그런데 두 종류의 이누엔도 문장을 본 참여자들 역시 이 가공의 정치인에 대해 거의 똑같이 부정적인 점수를 주었다. 아하!! 이를 통해 Wegner박사팀은 이누엔도를 통해서 사람을 간접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직접적인 공격만큼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영어가 섞여서 불편하신 분을 위해 조금 간추려보면,

한 박사는 가공의 정치인 탈버트를 만들고, 세 가지 문장을 만들었다.
1번 - "탈버트는 마피아와 연관이 있다."               <- 직접 공격하는 문장
2번 - "탈버트는 마피아와 연관이 있는가?"     <- 이누엔도 - 질문형식 활용
3번 - "탈버트는 마피아와 연관이 없다."       <- 이누엔도 - 부정문 활용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이 세 문장이 신문 헤드라인에 나왔다며 알려주고 정치인 탈버트에 대한 인상을 물었다. 직접 공격하는 문장을 보고 탈버트에 대해 부정적인 점수를 주는 것은 자명하지만 이누엔도 문장의 효과는 어땠을까?

결과는.. 두둥..   이누엔도 두개를 본 사람들 모두 탈버트에 대해 부정적인 점수를 주었다. 즉, 탈버트는 마피아와 연관이 없다는 문장, 있는가라고 묻는 문장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탈버트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받았다.


즉, "탈버트는 마피아와 관련없어!", "탈버트는 마피아와 관련이 있을까?"라는 문장을 본 사람들도 마치 이 정치인이 마피아와 뭔가 연관이 있나보다,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랴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 보다.

실험결과를 보면 문장에서 대놓고 주장하는 내용과는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게, 그 문장을 읽는 이의 머릿속에는 새로운 해석이 들어설 수 있는 듯 하다.

참고로 문장을 보고 사람들이 어떻게 기억하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 Gatorlog 블로그의 글에서 "구문 기억 실험"이라는 흥미로운 실험으로 소개한다. 논리적 함축과 실용적 함축, 실용적 함축 부분이 흥미롭다.

물론 heterosis님은 이누엔도 수법을 쓴 경우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의 경우이다. 이 경우가 낳은 결과가 흥미로워서 생각이 났다. heterosis님은 그 글의 일부분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반박하는 내용을 트윗으로 올렸다. 하지만 그 트윗을 본 내 머릿 속에서는 이런 '실용적 함축'과정이 일어났나보다.

"heterosis님이 시간을 내어 끝까지 읽을 정도의 가치가 있는 글인가보다"

물론 반박의 대상이 된다고 해서 그 대상이 가치로워지는지는 모를일이지만 그 대상이 가치로운지 아닌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판단할 일이다.

댓글 12개:

  1. 이누엔도가 일상화되어 있지요. 구문학적으로 이누엔도를 이야기할 때는 주로 성적 이누엔도를 많이 씁니다. 엊그저께 링크한 글 중에 김정운 교수가 조선일보에 기고했다는 글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http://blog.naver.com/bless_ya/30079398080



    "만지는 것이 사라졌다. 그래서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이다. 만질수록 커진다. 무엇이든!)"

    이 대목같은게 일종의 sexual innuendo 이죠.



    일상생활에 허다한 이누엔도를 식별해 낼 줄 알고, 그런 이누엔도를 보면 일단 화자의 의도에 비판적 생각을 가져야 하려는 이누엔도 리터러시 (innuendo literacy)를 함양하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좋은 글 링크 감사합니다. RSS 구독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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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거 - 2010/02/10 23:22
    [Weekly BIZ] [김정운 교수의 'B&G 경영'] 팁 많이 받는 웨이터를 잘 보라사람 마음을 잡는 노하우가 있다

    http://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9/11/06/2009110601064.html



    이거 말씀이군요. 읽은 적은 없지만요.



    영화 7급 공무원 보면 남녀가 가질 수 있는 공감대는

    성감대 뿐이래요. 이것도 이누엔도인가요?



    이누엔도가 나쁜거예요. 좋은거예요.

    말씀을 어렵게 하셔서.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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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흥미로운 낱말이긴 하나 풀이방식이 어렵네요.

    다솔님 글쓰기 방식이 이누엔도란 말씀이죠.

    잘 봤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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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가나달아 - 2010/02/11 00:53
    ^^; 제 글에 이누엔도가 쓰였다고 느끼셨다면, 의도한게 아니라 이누엔도에 대해서 제가 잘 모르기 때문일 거에요. 이누엔도 수법은 쓰지 않으려고 노력할 생각입니다.



    제가 이해한 이누엔도는 안 말하는 척 하면서 말하는 수법 정도.. 몸 사리면서 책임져야할 것 같은 말, 공격받을 것 같은 말을 직접 말하지 않고고 뱅뱅 돌려서 말하는 수법 등등 입니다. 결국에는 원래 하고 싶은 말은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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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거 - 2010/02/10 23:22
    아거님>>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링크해주신 기사를 그냥 읽었을 때에는 사실 이누엔도가 쓰인 문장이 딱 눈에 띄지 않았어요. 말씀해 주신 '이누엔도 리터러시'를 키워아겠어요.



    "만질수록 커진다. 무엇이든!"



    이 부분이 나온 문맥에서는 팁을 받기 위해 고객의 몸을 알듯말듯 만지라고 나오는데, 만질수록 커지는 것은 다른 것을 연상시키네요. 대놓고 그게 무엇인지 쓰지 않았기 때문에 '이누엔도'가 쓰였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그럼 은유법 같은 표현도 이누엔도를 쓰는 수법으로 쓰일 수 있는 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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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nassol - 2010/02/11 02:40
    안 말하는 척 하면서 말하는 수법. 역시 낱말이 어려워요,

    비꼬는 말도 아니고 의도를 숨기는 말? 그럼 이누엔도는

    엿장수 마음대로 붙일 수 있는 낱말인데요. 처음 이 낱말을

    쓴 사람 의도가 뭐였으며 이누엔도가 필요한 곳과

    왜 필요한 지 찾으면 되겠군요. 정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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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아거 - 2010/02/10 23:22
    이누엔도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이누엔도를 볼 수 있는 건 아닐까요.



    만질수록 커진다는 것 나솔님 표현을

    보니 성기를 만지면 커지는 것으로

    연상이 되네요. 이런 말을 하고 싶은데

    이것을 바꾸어 말을 한다는 얘기가

    이누엔도인가요.



    만질수록 커진다 = 이누엔도?



    조선일보는 사람들이 많이 만지니깐

    이누엔도 전략을 쓰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좆?선일보. 심오한 뜻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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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트위트는 안 쓰지만 오늘 처음 구경해 봤습니다.

    다솔님 덕분에. freeupmind 분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을 주는군요. 다솔님은 앳띤 모습이

    고등학생 같은데요. 학생이세요. 제가 너무 말을

    막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군요. 19금?



    말씀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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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예. 이누엔도는 원래 드러내지 않고 간접적으로 남의 평판을 해하려는 의도로 행해지는 수사적 언사를 일컫습니다. 이건 nassol님이 읽고 이해하신대로구요. 그런데 이런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대신 통상적으로 이누엔도가 쓰이는 방식이 바로 그 다음에 언급한 성적 이누엔도라는 겁니다.



    위키피디어 http://en.wikipedia.org/wiki/Innuendo 설명에도 나오듯이 성적 이누엔도는 위에 언급한 정의와는 다른 뜻으로 쓰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성적인 묘사를 직접하지 않고 돌려서 상징적/은유적으로 하는 거죠.

    The term sexual innuendo has acquired a specific meaning, namely that of a "risque" double entendre by playing on a possibly sexual interpretation of an otherwise innocent uttering.



    위키피디어 예에 나오듯이 말이죠. "hold my balls"



    그런 의미에서 위에 김정운 교수가 글을 쓸 때는 은근슬쩍 성적 이누엔도를 집어넣은 것입니다. 김정운 교수의 관련 기사를 봤더니 일부러 그렇게 표현했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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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아거 - 2010/02/11 12:18
    앗, 여기 와서 답글을 남겨주셨네요. 댓글 알림 기능이 없어서 트윗으로 여쭈려고 했는데 깜박했어요.



    설명 감사드립니다. 위키 영문 정의에서 성적 이누엔도에 대한 부분을 잘 이해못했었는데요, 그런 의미였군요! 구글에서 sexual innuendo를 치니까 http://tln.kr/1b9t 이런 문구들이 나오네요. 이누엔도의 기본 개념이 있고, 그것이 실제로는 이렇게 많이 쓰인다,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김정운 교수의 글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어요. 다른 글에서도 성적인 이누엔도를 썼는지 유심히 보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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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가나달아 - 2010/02/11 06:35
    조금 생각해보고 답글을 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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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nassol - 2010/02/11 19:41
    일부러 말씀 안 주셔도 됩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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