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8일 목요일

대학생들이 트위터를 많이 쓰지 않는 이유

이 글을 쓰는 계기가 된 글



온라인과 친하지 않은 유형 Vs 온라인과 친한 유형

생각을 풀어놓기 전에 우선 사람들을  간단하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보겠다. 온라인과 친한 유형과 온라인과 친하지 않은 유형. 내 마음대로 나눈 유형인데, 온라인과 친하지 않은 유형이라고 하면, 일 목적, 필요한 정보 검색 목적, 영화다운, 게임, 노래듣는 목적, 기존 친구와의 메신저, 기존 친구와의 홈피방문 이외의 목적으로는 온라인을 잘 사용하지 않는 유형을 의미한다. 반면에 온라인과 친한 유형이라고 하면 자기 블로그를 운영한다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한다거나, 뭐랄까, 온라인 상에서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거나 하고 싶어하는 유형을 의미한다.

온라인과 친하지 않은 대학생이 인터넷을 쓰는 목적

대학시절을 돌이켜 보면 대학생들이 컴퓨터, 인터넷을 쓰는 목적은 대략 이런 것 같다. 레포트쓸 때 자료검색용, 뭔가 정보 찾아볼때, 오프라인 모임의 온라인 카페나 커뮤니티 활동, 그리고 채팅. 졸업할 때쯤 되면 취업 정보 찾아보거나 실제 지원을 할 때. 대략 공부, 연애, 취업 정도가 아닐까 한다. 물론 온라인과 친한 유형은 좀 더 많은 목적으로 인터넷을 쓰겠지만 온라인과 친한 유형 자체가 많지는 않은 것 같았다. 이중에서 '새로운 만남'과 관련된 목적에 해당하는 것은 '연애'다. 채팅이 유행할 때가 있었는데, 물론 관심사 위주로 채팅방이 열리고 하기도 했지만, 벙개를 목적으로 하는 채팅이 많았던 것 같다. 채팅으로 친구를 만나는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친구는 대학에서 실제로 얼굴 보고 사귀니까. 동아리에 들어서 마음맞는 친구들을 만나서 실제로 같이 놀러 다니는데 굳이 채팅으로 새로 사귈 필요가 없었던 걸까. 하지만 연애 대상은 조금 다르다. 주위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고. 채팅은 내가 접할 수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이 아니었을까 한다. 즉, 온라인과 친하지 않은 유형의 대학생이 새로운 누군가와의 만남, 관계를 생각하며 인터넷을 쓸때 그가 생각하는 그 상대는 오프라인에서 만날 연애상대가 아니었나 한다.

온라인과 친하지 않은 직장인이 인터넷을 쓰는 목적

이 대학생들이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면 다른 종류의 온라인 매체를 쓰게 된다. 예를 들면 사내 메신저, 미스리 등등. 온라인과 친하건 안 친하건 메신저를 많이 쓴다. 그런데 대학생때와는 목적이 조금 다른 듯 하다. 메신저로 대화하는 이유가 이제는 연애상대찾기가 아니라 정보공유, 인맥 쌓기 등인 것 같다. 회사 생활을 떠올려볼때, 미스리는 사내 소식 알기에 참 편리했다. 상사 몰래 이런저런 팀분위기 파악에 필요한 내용들도 안전(?)하고 빠르게 알 수 있었고 - 그러다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 다른 팀 내용도, 경쟁사의 내용도 수월하게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이런 메신저로 정확하게 내가 원하는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다른 경로를 통하는 것보다는 훨씬 효율적이지 않았나 싶다. 예를 들어 타팀이나 경쟁사 직원을 직접 찾아가서 뭣 좀 알려달라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뜨억하다. 그런데 미스리는 간편하다. 아이디만 알면 쪽지 뿌려놓고 답이 오면 좋고 안 오면 그만이다. 마찬가지로 누군가 질문을 단체로 돌리면 거기에 내가 알면 대답하고 모르면 모른다고 한다. 부담이 없다. 그리고 타팀에 별로 안 친한 사람도 미스리로 미리 얘기를 주고 받으면 관계가 빨리 가까워지는 것 같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일부 연애관계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미스리를 쓰는 이유의 큰 부분은 사내, 업계 정보공유, 인맥쌓기가 아닌가 한다.

그럼 트위터는?

그럼 트위터는 뭘까? 트위터를 쓰는 목적은 뭘까? 사람들은 왜 트위터를 쓰고 싶어하는 걸까? 아직 트위터를 아주 많은 사람들이 쓰는 것은 아니지만, 트위터를 많이 쓰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특징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주로 눈팅을 하는데 트위터가 정말 좋다. 그런데 왜 좋은지는 금방 생각이 나지 않았다.

트위터 :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한 통로
트위터도 채팅이나 메신저나 온라인 카페처럼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한 통로가 아닌가 한다. 사람들과의 좋은 대화는 좋은 관계로 이어지고 그 관계는 그 상대를 좋은 무언가로 만든다. 채팅에서 나눈 좋은 대화는 좋은 만남으로 이어지고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좋은 만남은 그 상대를 좋은 연인으로 만든다. 미스리에서 나눈 좋은 대화는 그 상대를 좋은 정보 제공자, 일 관련 상담자로 만든다. 그럼 트위터에서의 좋은 대화는 상대를 좋은 무엇으로 만들어줄까?

트위터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은?

연애 상대라면 뭔가 기준이 있을 것이다. 외모, 성격 등등. 정보제공자도 그럴 것이다. 타팀 사람이면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든지, 경쟁사 사람이면서 깐깐하지 않은 사람이라든지. 그런데 트위터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트위터에서 쌓고 싶은 관계는 어떤 관계일까? 나는 이 부분이 흥미롭다. 물론 연애 상대에 대해서도 뚜렷한 기준을 스스로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뚜렷하게 알기도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뭔가는 좋고, 뭔가는 싫다는 것은 막연히 느낀다는 거다. 트위터도 그렇지 않나 싶다. 새로이 알게 되고 싶은 사람, 새로이 알고 싶지 않은 사람, 그 명확한 기준을 설명할 수는 없어도 뭔가 느끼는 게 있다.

인생의 동료

트위터에서 찾고 싶은 사람에게 이름을 붙여 보았다. 인생의 동료라고. 조금 촌스럽지만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것 중에는 제일 나은 표현이다. 결혼하는 사람은 인생의 동반자이고, 같은 업계에서 고락을 같이 하고 싶은 동료라면 그 업의 동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가족과 업계에 관계없이, 인생의 중요한 것을 나눌 수 있는 이는 인생의 동료가 아닐까, 그런 이를 사람들은 트위터에서 찾고 싶은게 아닐까?

혹시 여기에서라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게 기존의 관계에 대해 전혀 불만족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관계에서 다 채워지지 않은 그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은 게 아닐까? 기존의 통로로 만날 수 있는 사람에게서 발견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 싶어서 새로운 매체가 뜨면, 혹시 여기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시도해 보는 게 아닐까? 또는 기존의 관계가 인생의 동료라고 할 수 있다면, 그 관계가 정말 좋아서라도 그런 관계를 새로운 사람과 더 만들고 싶다는 건  당연한 것 아닐까?

들릴 듯 말 듯한 나의 목소리를 새로운 이들에게

나의 과거를, 나의 일상을 돌아보면, 특별히 노력하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똑같은 말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는 나를 본다.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도 똑같으며 그에 대한 나의 대답도 똑같다. 물론 사람이란 몸도 마음도 자극에 반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그 자극과 반응은 많이 반복되는 거라고 생각해보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뭔가 내 안에서 자발적으로 나오는 것도 있지 않을까 한다. 아무도 나에게 말하라고 시키지 않아도, 뭐라고 말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아도 내 안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 목소리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걷어내어 본다. 모든 것들을 걷어내어 보면 거기에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가 있다. 그 목소리를 누구에게 얘기할까? 물론 내 가족 중 일부에게도 내 친구들 중 일부에게도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친구들에게도 얘기하고 싶다. 그런 얘기들을 나는 블로그에 쓴다. 그리고 새로운 친구들의 그런 목소리도 듣고 싶다. 그래서 나는 다른 블로그들을 뒤적뒤적 거리면서 그런 목소리를 들으려고 한다. 그래서 나는 트위터에서 열심히 다른 이들의 트윗을 구경하고, 이들의 블로그 글을 읽고, 링크하는 글들을 읽어본다. 나를 팔로우하지 않는다해도 상관없다. 나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지, 내 목소리를 들으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상대는 내 목소리를 듣고 싶을 때, 그리고 들을 수 있을 때, 그 때 들으면 된다. 그 때 내가 블럭만 하지 않으면 된다. 내가 블러할 이유가 어디있나, 나도 그 목소리를 듣고 싶은데..

댓글 3개:

  1. 어떤 분께서 제 오래된 글에 트랙백을 주셔서 나솔님 글을 이제야(혹은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만에?) 다시 읽네요.
    새해 복 듬뿍 받으시구요...
    종종 나눴던 나솔님과의 대화가 그립구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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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안녕하세요 민노씨!

    미안하고 죄송하고 그렇습니다.
    혼자만의 어떤 생각에 휘말려 버렸답니다, 흠..

    차근차근 말씀나눌 날이 곧 오기를 바라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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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별말씀을요. :)
    저는 내심 나솔님께서 저에게 서운한 것이 계신가..;;
    걱정을 하곤 했습니다.. ^^;;
    차차 밀린 이야기들도 하고, 그러면 좋겠구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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