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해야할까?" -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성공하신 분들은 '좋아하는 것을 하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요,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언뜻 생각해보니 이것저것 집적거리느라고 한 가지를 진득하게 파고든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좀 더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그러고보니 좋아하는 것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한 가지는 일기를 쓰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를 좋아한다는 것을 이전에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도저히 현실과 연결시킬 방법을 알 수 없었습니다. 뭔가 활용할 영역과 연결을 시키지 못했어요.
일기는 글을 쓰는 것이니까 작가는 어떨까 생각해보았지만, 여러가지 두려움이 저를 가로막았습니다. 생각을 끄적이는 것과, 인물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사이가 너무나도 멀어보였습니다. 외국어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봤어요. 외국어는 왠지 실용적인 것 같아서, 이것으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요, 그것도 잘 안 되었습니다. 배우는 것 자체는 좋은데, 과연 뭐에 써먹어야 할지를 알 수가 없었어요. 학교 다닐 때에는 무역 회사 같은데에서 외국어를 필요로 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는데요, 무역이라는 일이 끌리지 않았어요. 통역대를 가는 건 어떨까 생각했는데, 통역도 끌리지 않았습니다. 그 때는 국제정치에 너무 관심이 없었어요.
결국에는 외국어와는 전혀 관계 없는 회사에 취업을 해서 2년간 일을 했습니다. 글 쓰는 거나 외국어와는 관계 없는 일이었지만 사실 재미있었습니다. 종이나 웹의 화면을 그리는 일이 재미있었어요. 큰 일은 아니었지만 도움말 책자를 기획해서 만든 일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른 팀에서 비슷한 방식을 쓰는 것을 보고 속으로 굉장히 기뻤어요.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다보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나.. 라는 질문에는 만족스럽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살다보면 회사 내에서 올라가든지, 아니면 한 분야에서 나름의 전문성을 키우면서 회사를 옮겨 다니든지, 아니면 회사에서 쫓겨나든지 셋 중 하나가 될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인 사정도 있고 해서 회사를 그만두었고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놀고 있습니다. 1년 반 정도 놀았는데요, 일하느라 바쁘신 분에게는 죄송하지만, 노는 게 참 괴롭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다보면 자신이 부품처럼 느껴져서 괴로울 때가 있잖아요? 내가 없어도 이 조직은 잘 돌아갈거야라는.. 지금의 저는 부품도 아닌 거죠. 식충이죠. 밥은 먹고 일은 안하는...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뭔가를 했습니다. 그게 이 블로그와 개발자 영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거에요. 결국은 일기와 외국어로 돌아오는 느낌이네요.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하는 게 아니라, 결국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밖에 없구나라는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간에 마음의 변화가 있었어요. 예전에는 뭔가 '뽀대'나는 것을 동경하는 게 있었는데요, 지금은 그런 것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고나 할까요? 식충이가 되면 온갖 미련이 사라지죠. 식충이가 동경하는 것은 제 밥값을 하는 거죠..
그런데 신기한건요.. 개발자 영어 홈페이지가요, 저에게 굉장한 활력소가 되었다는 거에요. 뭔가 체계적인 방법을 가지고 '짠~'하고 시작한 것도 아니었는데요.. 방법에 대한 나름의 아이디어와 지켜야겠다는 몇 가지 기본적인 원칙은 있었지만요.. 왜 그런 활력이 생겼는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요, 참여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 그게 큰 것 같아요. 누군가 사이트를 바꾸면 알림메일을 받는데요, 그 메일 받는 거에 따라서 하루의 시작이 신나기도 하고, 풀이 죽기도 할 정도에요.
문득.. 욕심이 생겼습니다. 좀 더 잘하고 싶다는.. 이론과 실전, 둘 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홈페이지를 계속 운영한다면, 그것 자체가 저에게는 실전이에요. 그걸 실전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분도 계시겠지만요. 문제는 이론 부분이에요. 외국어를 배우는 걸 좋아라 하지만, 대학은 외국어 관련 과를 나오기는 했지만 이론 적인 토대는 '꽝'입니다. 학사 졸업장이 무언가를 배웠다는 증명까지 해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서른을 넘긴 상태에서 진로 고민을 하고 있어요. 방통대 영어교육과 편입을 할까, 졸업하고 나서 야간 석사를 다닐까.. 아참, 학위를 받고 싶은 이유는 교수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연구자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이론적인 기본을 제대로 쌓고, 다른 분들이 연구한 결과를 제대로 소화해서 현실에 적용하는 능력을 갖고 싶어요.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존경하는 스승님을 만나게 되거나, 마음이 맞는 동료를 만나게 된다면 그 보다 좋을 것이 없겠지요..
결~~~ 국에는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요? 외국어를 배우시는 분이 자서전을 쓰시는 것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렇게 하면 외국어를 배우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쓰기가 어렵죠. 쓰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쓰게 되는 상태와 상황이 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어떤 길을 따라서 가야 하는지 정해진 답은 없겠지만요, 다만 이 순간에 갈 수 있는 길을 갈 수 밖에 없겠지만요, 그래도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는, 이런저런 조언을 들으면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진로상담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