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15일 화요일

진로상담

"무엇을 해야할까?" -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성공하신 분들은 '좋아하는 것을 하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요,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언뜻 생각해보니 이것저것 집적거리느라고 한 가지를 진득하게 파고든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좀 더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그러고보니 좋아하는 것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한 가지는 일기를 쓰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를 좋아한다는 것을 이전에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도저히 현실과 연결시킬 방법을 알 수 없었습니다. 뭔가 활용할 영역과 연결을 시키지 못했어요.

일기는 글을 쓰는 것이니까 작가는 어떨까 생각해보았지만, 여러가지 두려움이 저를 가로막았습니다. 생각을 끄적이는 것과, 인물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사이가 너무나도 멀어보였습니다. 외국어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봤어요. 외국어는 왠지 실용적인 것 같아서, 이것으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요, 그것도 잘 안 되었습니다. 배우는 것 자체는 좋은데, 과연 뭐에 써먹어야 할지를 알 수가 없었어요. 학교 다닐 때에는 무역 회사 같은데에서 외국어를 필요로 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는데요, 무역이라는 일이 끌리지 않았어요. 통역대를 가는 건 어떨까 생각했는데, 통역도 끌리지 않았습니다. 그 때는 국제정치에 너무 관심이 없었어요.

결국에는 외국어와는 전혀 관계 없는 회사에 취업을 해서 2년간 일을 했습니다. 글 쓰는 거나 외국어와는 관계 없는 일이었지만 사실 재미있었습니다. 종이나 웹의 화면을 그리는 일이 재미있었어요. 큰 일은 아니었지만 도움말 책자를 기획해서 만든 일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른 팀에서 비슷한 방식을 쓰는 것을 보고 속으로 굉장히 기뻤어요.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다보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나.. 라는 질문에는 만족스럽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살다보면 회사 내에서 올라가든지, 아니면 한 분야에서 나름의 전문성을 키우면서 회사를 옮겨 다니든지, 아니면 회사에서 쫓겨나든지 셋 중 하나가 될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인 사정도 있고 해서 회사를 그만두었고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놀고 있습니다. 1년 반 정도 놀았는데요, 일하느라 바쁘신 분에게는 죄송하지만, 노는 게 참 괴롭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다보면 자신이 부품처럼 느껴져서 괴로울 때가 있잖아요? 내가 없어도 이 조직은 잘 돌아갈거야라는.. 지금의 저는 부품도 아닌 거죠. 식충이죠. 밥은 먹고 일은 안하는...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뭔가를 했습니다. 그게 이 블로그와 개발자 영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거에요. 결국은 일기와 외국어로 돌아오는 느낌이네요.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하는 게 아니라, 결국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밖에 없구나라는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간에 마음의 변화가 있었어요. 예전에는 뭔가 '뽀대'나는 것을 동경하는 게 있었는데요, 지금은 그런 것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고나 할까요? 식충이가 되면 온갖 미련이 사라지죠. 식충이가 동경하는 것은 제 밥값을 하는 거죠..

그런데 신기한건요.. 개발자 영어 홈페이지가요, 저에게 굉장한 활력소가 되었다는 거에요. 뭔가 체계적인 방법을 가지고 '짠~'하고 시작한 것도 아니었는데요.. 방법에 대한 나름의 아이디어와 지켜야겠다는 몇 가지 기본적인 원칙은 있었지만요.. 왜 그런 활력이 생겼는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요, 참여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 그게 큰 것 같아요. 누군가 사이트를 바꾸면 알림메일을 받는데요, 그 메일 받는 거에 따라서 하루의 시작이 신나기도 하고, 풀이 죽기도 할 정도에요.

문득.. 욕심이 생겼습니다. 좀 더 잘하고 싶다는.. 이론과 실전, 둘 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홈페이지를 계속 운영한다면, 그것 자체가 저에게는 실전이에요. 그걸 실전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분도 계시겠지만요. 문제는 이론 부분이에요. 외국어를 배우는 걸 좋아라 하지만, 대학은 외국어 관련 과를 나오기는 했지만 이론 적인 토대는 '꽝'입니다. 학사 졸업장이 무언가를 배웠다는 증명까지 해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서른을 넘긴 상태에서 진로 고민을 하고 있어요. 방통대 영어교육과 편입을 할까, 졸업하고 나서 야간 석사를 다닐까.. 아참, 학위를 받고 싶은 이유는 교수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연구자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이론적인 기본을 제대로 쌓고, 다른 분들이 연구한 결과를 제대로 소화해서 현실에 적용하는 능력을 갖고 싶어요.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존경하는 스승님을 만나게 되거나, 마음이 맞는 동료를 만나게 된다면 그 보다 좋을 것이 없겠지요..

결~~~ 국에는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요? 외국어를 배우시는 분이 자서전을 쓰시는 것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렇게 하면 외국어를 배우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쓰기가 어렵죠. 쓰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쓰게 되는 상태와 상황이 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어떤 길을 따라서 가야 하는지 정해진 답은 없겠지만요, 다만 이 순간에 갈 수 있는 길을 갈 수 밖에 없겠지만요, 그래도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는, 이런저런 조언을 들으면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진로상담을 드립니다.

댓글 9개:

  1. trackback from: 민노씨의 생각
    강추!! ) nassol99님 님의 진로상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하는 게 아니라, 결국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밖에 없구나라는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 http://bit.ly/bRBtiL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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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진로상담을 위한 글이라고는 하지만, 글을 쓰시면서 스스로 그 해답을 조금씩 마련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글 중간에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하는 게 아니라, 결국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밖에 없구나라는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라는 문장이 참 인상적이네요.



    추.

    그런데 방통대라면 스위스의 방통대를 말씀하시는건가요?

    저야 영어교육의 분야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라서 어떤 조언도 드릴 수 없는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다만 그저 편하게 이야기해도 상관없다면, 저는 기존의 커리큘럼에서 얼마나 '이론적인 토대'를 굳건히 쌓아 올릴 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물론 그 효과가 없지는 않겠지만, 어차피 선택이라는 기회비용의 문제이니까요... 어떤 선택이 더 좋은 선택일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겠죠. 다만 저로선 스스로 실천함으로써, 그저 관습적인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정말 생명력을 갖는 이론적 토대들은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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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우리나라 좋은 작가들이 외국어로 self-publishing을 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Kindle Store나 iBooks 스토어등이 발전해 나가면 이런 시장도 열리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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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민노씨 - 2010/06/16 00:27
    편하게 얘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그 문장을 인상적이라고 생각하신 이유는 아마도 그 부분이 민노씨의 경우에도 그렇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봅니다.



    "기존의 커리큘럼에서 얼마나 이론적인 토대를 굳건히 쌓아올릴 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저도 이 부분이 많이 고민이 되요. 그 증거가 제 학위거든요. 제가 스스로 공부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학생을 졸업시키는 학교 탓도 하게 되는 듯.. 막연하게 제가 보는 대학은, 그 이상과는 좀 멀리 떨어진 것 같아서, 막연한 불신이 있는 듯 합니다.



    다만.. 제가 논문을 참고한다고 할 때, 논문을 제대로 써보지 않고 논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대체 학자들은 어떻게 연구하고 어떻게 논문을 쓰는 걸까.. 이것을 모르고서 그분들의 연구결과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논문은 어디서 구할까 등등.. 이런 것들을 혼자서 터득할 수 있을까.. 대학이 이상과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그래도 기존에 구축되어 있는 것은 분명한 유산일텐데, 그 유산에서 배워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 때문에 복잡스럽습니당.



    실천에 대한 말씀은 백배공감이에요. 시행착오를 통해서 살아있는 개념, 원리 등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책에서만 보고, 실제와 연결이 없이 머릿속에서만 생각한다면 그 의미가 희미해질 것 같고요. 실천을 통해 생생하게 느끼게 된 문제를 이론에서 실마리를 얻어 해결하는 것.. 이게 되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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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거 - 2010/06/16 03:56
    안녕하세요! 안그래도 어제인가 한국에서도 iBook에 개인출판을 할 수 있다는 글을 어제 읽고서 '우와~' 했는데요, 우리나라의 좋은 작가들이 외국어로 자기출판을 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니, 정말 제가 혼자서는 생각할 수 없었을 만한 아이디어입니다.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소재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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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우연히 보다가 또 공감가는 내용이 있어서....

    - 저랑 비슷한 시기에 회사를 그만둔 관계로 놀다보면 무척 일하고 싶어지는 거 공감이 가는군요. 근데 일할때 그렇게 놀고 싶었던 느낌은 다 사라지고 지금은 그냥 노는게 익숙해져서 귀한 시간을 귀하지 않게 보내면서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죠.

    - 회사그만두기 전에 Distance Learning으로 재무관리를 공부했었죠. 투자컨설팅쪽에 있으면서 이 공부가 많은 도움이 됐죠. 제가 공부한 Distnace Learning 방식은 100% 혼자공부하는 방식입니다만, 그게 오히려 공부한느 방법을 스스로에게 알려준것 같아서 누군가 물어본다면 추천하고 싶군요.

    - 지금은 호주에서 정식으로 대학을 다니고 있자만, 영어 쓸 기회가 늘어난것 외에 교수나 주변 학생들로부터 배우는건 그다지 기대 만큼은 아입니다. 한학기 마친 지금 느낌은 공부는 결국 자기가 하는 거라는 것하고 대학의 커리는 역시 현장보다는 많이 늦다는 정도.

    - 좋아하는 것을 하라는 말은 어떻게 보면 참 대책없는 말일지도. 난 그냥 아무것도 안하면서 호위호식 하는게 젤 좋은데. ㅎ 흥미롭고 도전할만한 일을 찾는다면 그게 재미있는 일일것 같네요. 저도 찾고 있는중.

    - 트윗에서 Mac 구입에 대한 고민이 있길래. 저는 2년전에 맥으로 왔습니다만. 정말 강추합니다. 다른건 놔두고 애플의 철학을 느낄수 있죠. 전혀 다른 접근법이에요. 다른 세상을 만날수 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한국 금융거래등 하려면 윈도우도 깔아야 하는데 요즘은 위도우 설치가 지원되기 때문에 맥깔고 그위에 VMware Fusion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윈도우를 동시에 설치/실행하면 불편함이 없이 사용할수 있어요. 그리고 엄청 편합니다. 다만 적응하려면 시간은 조금 걸리죠. 6개월 생각하시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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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박용조 - 2010/06/18 18:48
    조언 감사드립니다. ^^



    노는게 익숙해져서 귀한 시간을 귀하지 않게 보내면서 스스로를 자책한다는 내용에 공감합니다. Distance learning으로 공부를 하셨군요. 막연히 방통대나 사이버대학을 생각했었는데요, distance learning이 있었군요!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셨다니, 방법이 궁금해집니다~ 대학을 생각하는 이유는 특히 교수나 주변 학생들과의 상호작용 부분이 큰데, 말씀하신 것을 들으니, 대학에 가고 싶다면 교수님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더 강해집니다.



    그러고보면 여러가지 유명한 분들이 하신 말들 중에는 맞지만 대책없는 말이 많은 것 같아요. 결국은 그 대책없는 말들을 자신에 맞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은 본인이 해야겠지요..



    Mac은 점점 더 사고 싶은 쪽으로 기울게 되네요. 적응에 걸리는 시간이 사실 구체적으로 궁금했는데요, 알려주시니 가늠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흥미롭고 도전할 만한 일을 꼭 찾으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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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오랜만에 들어와보네..^^

    방통대도 좋지만 요즘 사이버대학교 많던데~

    아마 훨씬 비쌀거야. 대학들이 너도나도 만드는거 보면

    돈벌이로 삼고 있지 않나.. 싶다.

    고대도 열었더라구;; 자세한 학과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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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정혜진 - 2010/07/02 07:06
    반갑수 ^^

    흠.. 사이버대학교가 훨씬 비싸구나.. 험..

    돈벌이로 삼는 과정은 안 땡기는데 말이지.

    그래도 함 찾아봐야겠다. 고맙수!

    TESOL 원거리 과정도 있던데.. 함..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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