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9일 화요일

영어공부에 대한 생각

 

영어공부에 대해 드는 짧은 생각들을 편하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이 포스트는 수시로 업데이트 되다가 별도의 포스트로 옮겨질 수 있습니다 ^^

 

1. 영어독해

 

영어독해 위주로 공부해서 말하기가 잘 안된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 말을 이렇게 바꿔야 하지 않을까. 

영어독해, 문제집 위주로 공부해서 영어독해 점수는 잘 나와요. (그런데 영어책은 잘 안 읽혀요.)

 

사지선다형 문제에 답하기 위한 목적으로 토막난 글을 읽으면서 대화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무엇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었다. 글의 주제와 글쓴이의 입장 등 글에 대해서 묻는 독해문제를 푸는 것보다, 글에서 글쓴이의 목소리를 직접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 

 

2. 영어로 재미있는 글을 읽는 즐거움

요즘 영어독해 관련해서 몇몇 분들께 피드백을 드리고 있다. 나 스스로도 영어독해를 잘해야 할 것 같아서 영어로 된 글이나 책을 읽고 있다. 영어독해실력을 늘리려고 시작한 일이지만 글을 읽는 데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낀다. Understanding of international conflicts라는 책에서는 중동지역 분쟁에 대해서 읽다가 민족(Nation)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읽은 부분이 참 흥미로웠다. 당연히 여겨지는 민족, 민족이라고 칭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아프리카의 경우처럼 종교와 부족, 언어 등이 다양한 곳에서는 무엇을 기준으로 민족이라 칭하고, 그 민족에 기반한 국가를 세워야 하나. 이 질문에 대해 책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기억에 대략 의존한 것에 의하면..) 

식민시대가 끝나고, 지역의 식민저항주의자들은 새로운 국가를 건설해야 하는데, 종교나 부족 단위로 국가를 세우자니, 식민시대에 건설되었던 여러가지 것들 - 경찰, 세금, 행정 등 -을 그대로 쓸 수가 없더라. 결국은 식민통치했던 국가들이 마음대로 그었던 그 경계를 살려서 국가를 세우게 되었고 그것이 지속적인 분쟁의 원인을 제공한다. 

 

그동안 영어를 공부한다고만 생각했지, 영어로 내용이 재미있는 글을 읽겠다는 생각을 별로 못했던 것 같다. 영어 문장을 보면 주어와 동사를 찾는 등 해부하는 마음이 앞섰지, 이 글을 쓴 이가 어떤 생각을 나누고 싶은지 공감하고자 하는 노력은 적었던 것 같다. 요즘 트위터에서 흥미로운 글, 또는 책을 소개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예를 들면 @gatorlog, @in_future, @aleph_k 등) 이런 글들을 읽다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영어를 열심히 공부했던 과거의 나에게 고마운 마음도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영어로 재미있는 글을 찾아 읽지 않았던 나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3. 공부를 하는데 매순간 둘이 있어야

학교를 벗어나는 나이가 되면 공부는 왠지 혼자서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영어실력이 아쉬운 분들께 혼자서 하기 좋은 공부는 독해일 거라고 생각했다. 완전히 혼자할 수 있는 공부는 사실 없다고 생각한다. 매순간 적어도 둘은 있어야 한다. 단지 학교에서처럼 한 반에 몇십 명이서, 또는 학원에서처럼 몇 명이서 그룹을 만들지 않더라도 공부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1대 다가 되기 쉬운 그 구성이 나는 별로다. 둘은 나와 내가 될 수도 있고, 나와 남이 될 수도 있다. 나와 글쓴이가 될 수도 있고, 나와 선생님이 될 수도 있다. 공부의 기본적인 속성은 묻고 답하는 대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그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 자체라고 생각한다. 서로 강요하지 않고, 서로의 질문과 대답에 마음을 열었을 때에만 대화가 이루어진다. 배우는 이가 영어 문장을 해석하면서 나와 글쓴이의 대화를 하고 나면, 그 해석한 내용을 보고 나는 배운 이와 대화한다. 이렇게 이해하셨군요, 이 부분이 애매하셨군요, 이 부분은 잘 하셨군요. 소리내지 않지만, 소리내고 싶은 부분은 피드백으로 쓴다. 아마도 그 피드백을 읽으면서 배우는 이는 나와 대화한다고 느끼지 않을까?

 

4. 언어를 배우는데 엄마가 중요한 이유

 

언어를 배우는데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자아가 언제 생겨나는지, 자신과의 대화를 하기 시작하는 게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엄마와 언어적인 또는 비언어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은 그 이전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기 때문이다. 엄마는 대화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려주는 존재다. 물론 엄마라고 꼭 여성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갓난아기일 때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사람, 그 사람이 엄마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5. 영어공부 - 개인 피드백을 드리는 이유

 

개발자 영어, My Second Languages 등을 진행하면서 개인 피드백을 드리는 이유가 있다. 물론 내가 배우는 경우는 나도 개인 피드백을 받고 있다. 언어 공부에서 중요한 점 하나는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알듯말듯 하던 것을 '아! 이렇게 되는구나!'하고 알게 되는 그 지점. 그 지점이 너무 많아서도 안되고 너무 적어서도 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효율이 떨어지면 곧 지루해지고 지루해지면 배움을 멈추는 것으로 이어지곤 한다. 그리고 그 '인식'이라는 지점이 생기려면 배우는 이가 무언가를 궁금해 하는 마음이 필요하고, 그 궁금함에 답해주는 이가 필요하다. 바로 여기에 개인 피드백의 장점이 있다. 배우는 이가 해석을 한 내용을 보면 어떤 부분은 잘 이해했는지, 어떤 부분은 애매하다고 느꼈는지가 드러난다. 그것을 보고, 애매해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만 설명을 해주는 게 개인 피드백의 강점이다. 내가 잘 아는 것을 누가 설명하면 나는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내가 인내심이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인간의 본성일 수도 있다. 내가 잘 아는 것을 누가 설명하면 그것은 시간낭비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시간에 내가 알고 싶은 것에 대한 설명을 읽거나 듣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6. 내가 일본어를 공부하는 이유, 내가 간과했던 피드백의 또다른 역할

 

한 가지는 한국어가 모국어이면 일본어를 배우기 더 수월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다. 한국인들이 유럽어 사용자보다 일본어를 더 빨리 배운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즉 나에게 강점이 있는데, 그것을 활용하지 않는게 아까워서 일본어를 배운다. 물론 배우다보면 이거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겁도 난다. 하지만 어느 시간 안에 어디까지 가야 한다는 당위가 없기 때문에 편하게 한발 한발 가고 있다.

 

또 하나는 외국어를 배우는 입장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다. 최근에 일본어를 잘하시는 분에게서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 방식은 내가 개발자 영어 진행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 분에게서 피드백을 받고 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피드백을 드릴 때에는, 배우는 이가 잘 모르는 부분만을 골라서 피드백을 드렸다. 잘 아시는 부분은 굳이 설명드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넘어갔다. 그게 시간 면에서도 노력 면에서도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받은 피드백은 약간 달랐다. 내가 맞게 해석한 것에 대해서 "correct!", "맞아!", "정확해", "잘했어", 이런 글들이 있었다. 그것을 보고 나는 참 기분이 좋았다. 어릴 때 숙제를 해갔는데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은 기분도 떠오르고. 물론 몰라서 해석을 잘못한 것에 대한 설명을 읽고 옮겨 적다보면 알게 되는 것이 많다. 그게 내가 중요시했던 피드백의 역할이기도 했다. 그런데 중간중간에 '잘했어!', '정확해!' 라는 문구를 보면 왠지 모를 힘이 났다. 잘한 것을 잘했다고 얘기해주는 긍정적인 피드백의 역할을 내가 간과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피드백을 드릴 때, 애매하다고 느끼는 부분에만 피드백을 드리지 않고, 정확하게 해석한 부분에 대해서는 '맞아요!', '정확하게 해석하셨어요!' 등의 문구를 쓴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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