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1일 월요일

댓글에 대한 생각



<이 글을 쓰게 된 계기>

  민노씨네 - 댓글 승인제에 대해

<글을 쓰기 전에>

글을 쓰게 된 계기인 글에는 블로기즘, 저널리즘 등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요, 저는 우선 신문도 간신히 이해하는 수준이고 블로그도 운영한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이 주제에 대한 의견은 별로 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댓글'에 대한 제 생각과 '제 블로그 내에서의 댓글'에 대해 쓰겠습니다.

1. 웹에서 블로거는 현실에서의 성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인은 말을 할 때 조심합니다. 일반적인 성인이 말을 하는 환경은 보통 자기가 알고 있는 사람이나 통해서 알게 된 사람, 함께 일을 하는 사람 등입니다. 함부로 말할 수가 없지요. 비판을 할 때에는 관계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조심스럽게 비판을 합니다. 교수나 강사의 경우에는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말을 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교수나 강사는 일반성인보다 자신이 하는 말에 대한 책임감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웹에서의 블로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만들어온 블로그라는 '둥지'가 있고 쌓아온 인맥이 있고, 온라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온라인에서의 삶을 진지하게 여기고, 온라인에서도 말할 때, 즉 글을 쓸 때 조심합니다. 블로거는 현실에서 성인이 말할 수 있는 대상보다 더 많은 대상에게 글을 공개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성인이 말할 때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조심스럽게 글을 쓴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블로그가 없는 사람은 현실에서 아이와 비슷합니다. 아이는 어떤 말을 하더라도 큰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비난도 잘 받지 않습니다. '아이니까' 라고 넘어갑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발언권이 주어지지도 않습니다. 웹에서도 블로그가 없는 사람은 어떤 말을 하더라도 큰 책임을 지지 않고 익명성의 가면을 쓸 수 있기 때문에 글을 쓸 때 책임감은 블로거보다 덜 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전에 개인 홈페이지, 싸이월드 홈페이지, 네이버 블로그를 일기장처럼 써 보긴 했지만 블로그를 한다는 마음으로 운영하는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현재 블로그를 연 것은 저에게는 성인식과도 비슷합니다. 블로그가 없었을 때는 웹서핑하고 댓글다는게 별로 부담이 없었는데, 블로그를 열고 나니 댓글 하나를 달 때에도 이런 저런 신경이 쓰입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는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습니다. 차라리 블로그가 없으면 편할까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얘기,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을 하려면 블로그라는 둥지가 없으면 불가능할 것 같고, 블로그가 없으면 웹이라는 세상에서 항상 떠돌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엿보는 사람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잘 운영해보려고 이런저런 노력 중인데요.


2. 텍스트큐브에서 처음 알게 된 댓글승인제

제가 둥지를 튼 곳은 텍스트큐브입니다. 깔끔하고 구글 문서에서 바로 포스팅하는 기능이 네이버보다 잘 되는 게 마음에 들어서 선택하게 되었는데요. 관리메뉴에서 이것저것 설정하다 보니, 댓글 승인허용 사이트라는 표현이 보였어요. 처음에는 이게 뭐지? 했습니다. 설명을 읽어보니, 승인하지 않아도 댓글을 올릴 수 있게 사이트나 IP를 등록하는 거였어요. 그제서야, 댓글이 올라오면 관리자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이런게 있었군 했는데, 이게 필요한지는 차차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우선은 댓글에 대한 생각을 먼저 써볼게요.

3. 댓글을 좋아하는 이유

댓글이 올라오면 우선 블로그 주인으로서는 굉장히 기쁜 것 같습니다. 싸이홈피에서 친구들이 사진에 답글 다는 것과는 그 기쁨의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우와,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내 글을 읽었구나라는 감동과 함께, 읽기만 하지 않고 코멘트까지 달아주다니. 숫자로 표시되는 방문자 수와는 다르게, 코멘트는 진짜 사람이 썼기 때문에 방문자수가 올라간 것보다 훨씬 더 훈훈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어딘가에서 "댓글을 달아주세요. 블로그 운영자에게 힘이 됩니다." 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는데요, 아마도 댓글이 이런 점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댓글이 좋은 또 다른 이유도 있어요. 하나의 글에 대한 의견 교환을 그 글 바로 아래에서 할 수 있으니, 글을 쓴 사람도 좋고, 글을 읽는 사람도, 글만이 아니라 글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한 군데에서 볼 수 있으니 좋은 것 같아요. 트랙백을 쓴 경우에는 트랙백을 썼다고 알리는 기능도 할 수 있고요. 하지만 댓글을 남긴 입장에서는 자기 댓글을 모아볼 수 없으니 안 좋은 것 같아요. disquos에서 자기 댓글을 모아주는 것 또는 트위터 답글이 글에 대한 댓글로 올라오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4. 댓글에는 나쁜 점도 있습니다.

당연히 떠오르는 게 광고성, 도배성 글인데, 이것은 굳이 더 얘기하지 않겠고요. 그냥 제 블로그에서는 삭제대상입니다. 현재는 승인제로 되어있어서 별도로 삭제하지는 않아도 되서 편한 것 같아요.

두번째는 비방하는 글입니다. 블로그를 연지 얼마 안되다보니 비방하는 댓글을 받아본 적이 아직은 없어요. 아마도 앞으로 운영하다보면 그런 글을 받게 될텐데요, 지금 생각으로는 이렇습니다. 비방하는 댓글을 쓴 사람이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링크해두고, 그 블로그를 성실하게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그 비방 댓글을 승인할 것 같아요. 이렇게 하려면 댓글 승인제는 유지하게 될 것 같아요.

이런 설명을 다른 오래된 블로그에서는 '블로그 운영 정책'이라는 포스팅에 안내를 하는 걸 본적이 있는 데요, 제 블로그는 아직 방문자도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저런 경험도 쌓이고 방문자도 많아지면 정리해서 나중에 올리지 않을까 합니다.

5. 댓글은 블로거에게 힘이 된다?

위에서 댓글을 보면 저도 기쁘고 어디선가 댓글은 블로그 운영자에게 힘이 된다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고 했는데요, 글에 대한 반응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관심을 가져주는 것 만으로도 운영자에게는 힘이 된다는 의미겠지요. 그렇지만 제 생각에는 댓글은 블로거에게 '유혹'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반응이 달리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환해지고, 좋은 반응이 달리는 글을 쓰고 싶다는 '유혹'이 들 것 같아요.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블로거가 원래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찬성하는 댓글이 달리건 반대하는 댓글이 달리건 상관없이요. 댓글이 안 달린다고 나쁘거나 의미없는 글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댓글이 달리건 안 달리건 상관없이 묵묵하게 의미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좋은 글을 쓰는 블로거들은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6. '순수한 독자'들이 블로거가 되었으면

이 글을 쓴 계기 본문에서 이런 부분이 있는데요.
  ㄷ. 즉, (독자가 블로그를 운영하지 않는) '순수한 독자'인 경우에, 댓글창을 막는 건, 혹은 댓글 승인 정책을 사용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고, 실제로 답답하거나, ...

블로그를 운영하지 않는 경우인 '순수한 독자'는 댓글창이 자유롭게 열려 있지 않으면 '답답하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위에 설명드렸던 제 기준에서 이 '순수한 독자'는 웹 세계에서는 블로거와 동일한 발언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웹 세계 전체를 어떻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적어도 제 블로그 안에서는 그렇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답답한 마음이 '나도 블로그를 운영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이어지기를 바래봅니다. 마치 어른 이야기에 끼어들었다고 꾸중듣는 아이가 "쳇, 어른이 뭐길래. 까짓거 나도 어른이 되면 될 거 아냐." 라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이요.

누구나 블로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요, 적어도 온라인으로 다른 블로그를 읽는 걸 좋아하는 분이라면 온라인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독자적인 공간을 갖고 싶은 마음이 한 구석에 이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기도 언젠가 책을 직접 쓰고 싶어하는 것처럼이요.

추.
1. 본문에서 어른과 아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평소에 제 생각은 '아이'를 예찬하고 '어른'을 비판하다가 이 글에서는 어찌된게 반대로 되어 버려서 기분이 조금 묘합니다.
2. 그리고 텍스트큐브에서 댓글승인제를 해제하는 방법은 아직도 모르겠어요.

댓글 6개:

  1. 아주 예전에 계정만 설정해놓은 텍큐닷컴에 가봤습니다.

    말씀처럼 승인 설정 해지에 관한 걸 찾기가 꽤 쉽지 않네요. ^ ^;



    관리자

    > 커뮤니케이션

    > 댓글

    > 승인여부(승인글/미승인글)

    > 표 좌측의 체크란에 해당 댓글

    > 아래 하단의 선택한 항목 미승인, 선택한 항목 승인 단추로 선택

    를 이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승인된 댓글의 주소는 이후 다시 승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현출될 수 있는 시스템인 듯 합니다.



    - 텍큐닷컴으로 들어왔더니 역시나 따로 필명, 주소, 비번을 설정할 필요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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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rackback from: 댓글 승인제에 대해
    블로거가 댓글의 폭력성에 환멸을 느껴 승인제를 한다는 것도 의사가 피를 보고 기절한다는 것만큼 웃기는 일이다. 어떻게 댓글에 경끼를 느끼는 사람이 글을 쓸 수 있단 말인가? [....] 블로그뉴스의 댓글 차단 블로거 개인의 선택사항 아니다. 무조건 열고 관리해야하는 것이다. 그게 블로그 기사를 쓰는 사람들의 책임이고 의무다.- 커서, 블로그 댓글 차단, 블로거 개인의 판단사항인가? 0. 나는 댓글 승인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댓글승인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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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 그렇군요.. 그 관리화면에서 개별 댓글을 승인으로 바꾸면, 그 댓글만 승인하는게 아니라 그 IP에서 올라오는 댓글을 승인하는 것이군요. 바쁘실텐데 다 찾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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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 답글을 보면 저에 대한 댓글 승인 설정을 푸셨을 것 같기도 한데... ^ ^;;

    아직 승인을 기다린다 나오는 걸로 보면..

    깜박하시거나, 혹은 여전히 기존 설정으로 하시는 것이 편하셔서 그런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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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추. 아참!

    댓글 쓴 필명 옆에 있는 "답글/수정/삭제"중에서 해당 댓글의 '답글'을 클릭하시고, 그 아래에 답글을 쓰시면, 같은 '태터계열 블로그'에서는 '댓글알리미'를 통해 어떤 답글을 주셨는지 댓글을 쓴 관리자 창에서 알려주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답글을 쓰실 때 해당 댓글의 '답글' 단추를 누르고, 거기에 답글을 써주시면 댓글을 쓴 입장에선 참 좋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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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민노씨 - 2010/01/16 22:03
    넵, 깜박했어요. 바꿨습니다. 리스트에서 해당 댓글 선택해서 승인을 했으니 이제 바로 등록되겠지요? 댓글 쓰고서 등록된 내용을 확인하지 못해서 불편할 거라는 거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해당 댓글의 '답글' 단추를 눌러서 답글을 써야 그 커뮤니케이션 화면에 나오는 군요! 저도 그 화면을 이용하면서도 필명 옆의 '답글'을 클릭해서 써야 한다는 것은 몰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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