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5일 화요일

글을 짧게 쓰자는 다짐에 대한 생각




<이 글을 쓰게 된 계기>



<이 글을 읽으면서 든 생각>

이 글을 읽으면서 민노씨의 바과 고민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 생각의 결과로 글을 짧게 쓰자라는 다짐이 나온 듯 합니다. 우선 어떤 부분에서 어떤 바과 고민을 엿보았는지 쓰겠습니다.

"나에겐 친절한 게 독자들에겐 지루한 시간낭비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올해는 의식적으로나마 독자들의 시간절약에 일조하려고 한다. 관심의 기회비용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행여나 민노씨의 글이 길어지면 독자의 시간을 낭비하게 되지나 않을까하는 걱정이 엿보입니다.

"세상은 미친듯이 뛰어가고, 우리는 한 것 없이 마음만 달아난다. 시간이라도 아끼자. 언젠가 넉넉한 마음으로 시간을 관조할 수 있도록."

우리가 조급한 마음 대신 넉넉한 마음으로 시간에 끌려다니면서 살지 않았으면하는 바이 엿보입니다.

"다짐을 대체로 지킨 적 없는데, 물론 다짐을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뭐랄까, 다시 휘휘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거대한 습관 같은거, 그런 걸 살아오면서 강하게 느낀다."

글을 짧게 쓰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다시 글을 길게 쓰게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엿보입니다.

"이건 쓰다가 만 글들을 그저 그렇게 부족한 채로나마 내보내자, 뭐 이런 취지도 더불어 담겨있다."

글을 짧게 쓰자는 다짐 외에도, 완성하지 못한 글을 블로그에 공개하겠다는 생각인 듯 한데요, 완성하지 못한 글은 길이가 '짧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신 걸까요?

"점점 더 쓰다가 말고 망각과 게으름으로 봉인된 글들이 늘어난다."

블로그에 올리고 싶은 얘기는 많은데, 그것을 공개할 수 있는 정도로 완성하지 못하는 글이 많아지고 있으며, 그런 글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엿보입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겐 아주 작은 말동무가 되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민노씨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근본적인 이유이자 바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몇 가지에 대한 제 생각>

1. '독자의 시간을 아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

'시간을 아껴야 한다'는 말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 보았습니다. 시간을 아낀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요? 자유로운 시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일까요? 그 자유로운 시간에는 무슨 일을 하겠다는 걸까요? 시간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은 시간을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돈도 비슷한 것 같고요. 돈과 다르게, 절대적으로 똑같이 주어진 자원이 '시간'인데, 그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려면, 의미없는데 시간을 버리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이겠지요. 민노씨.네 블로그를 방문하는 분들은 모두 하루 24시간을 어떻게든 보내는 중에 블로그에 들러서 글 하나를 읽는데 '귀중한 시간'을 쓰게 되는데요, 민노씨는 그 시간이 낭비하는 시간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글 하나를 읽는데 글이 너무 길어서 읽는 데 시간이 많이 들었다면 그 시간은 '낭비된 시간'이 되는 걸까요? 글이 정말 좋으면 시간이 아깝지 않을 수 있고, 또는 글은 좋은데 제대로 안 읽었다면 시간이 아까울 수도 있고, 글이 안 좋으면 시간이 아까울 수도 있고, 글이 안 좋은데도 그래도 무언가 배우고 느낀게 있어서 시간이 안 아까울 수도 있고요. 그래서 블로그 글을 읽는데 드는 시간이 낭비되지 않고 의미를 가지려면, 블로그 글을 쓰는 분과 읽는 분 양쪽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아낀다고 시간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엇에 얼마의 시간을 쓸 지를 알고, 그것을 실천한다면 똑같은 24시간을 가지고도 시간에 쫓기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아직 실천은 못하는 상태이고요 어디에 써야 할지 감만 잡아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2. 민노씨의 바, '작은 말동무'에 대한 생각

"또 다른 누군가에겐 아주 작은 말동무가 되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이것은 아직 공개하지 못했던 글들에 대해서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 낭비가 될 수는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작은 말동무가 되었으면 하는 부분인데요. 민노씨는 블로그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말동무가 되어주었으면 한다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공개글이건 비공개글이건요. 즉, '작은 말동무'는 민노씨가 쓰고 싶은 글이겠지요. 작은 말동무는 어떤 글일까요? 아마 사람마다 다양한 기준이 있겠지만, 지향하는 방향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준은, 솔직한 글, 진솔한 글, 와닿는 글, 쉽게 읽히는 글, 복잡하지 않은 글, 필자가 무엇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생생하게 와닿는 글, 그 글에 대해서 하고 싶은 얘기가 내 안에서 생기는 글, 등등 입니다.

아마도 민노씨는 '작은 말동무'에 대한 여러 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아마도 쓰다만 글이 이들 기준의 일부는 충족하지만 일부는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올리지 않은 게 아닐까요?

그런데 이 '작은 말동무'는 어떻게 태어나는 걸까요?

3. '떼 쓰는 아이'에 대한 생각

'작은 말동무'의 시작은 '떼 쓰는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그냥 제 표현이에요. 떼 쓰는 아이는 무언가를 보거나, 듣거나, 등등 어떤 계기로 무슨 얘기를 막 하고 싶어합니다. 막무가내에요. 들어주지 않으면 떼 쓰고 난리를 치지요. 천천히 얘기하라고 해도 소용히 없고, 조리있게 얘기하라고 해도 먹히지가 않아요. 풀어내는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참 기발하다, 괜찮다, 말된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떼 쓰는 아이가 하는 얘기를 듣고 있으면, 누군가 나에게 저런 얘기하라고 시키면 할 수 있을까라는 얘기들을 너무나 쉽게 풀어내는 듯 합니다.

민노씨님 그리고 다른 글 쓰는 분의 안에는 저런 떼 쓰는 아이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렇게 떼를 쓰는 아이가 없고서야 남들이 어렵다고 손사래를 치는 글을 이렇게 많이 블로그에 올릴 수가 없겠지요. 제 안에도 떼 쓰는 아이가 있습니다. 저는 무작정 들어주기는 하는데, 영 정리가 안되서 블로그를 잘 못했어요. 최근에는 좀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려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문제는, 떼 쓰는 아이가 블로그에 직접 글을 쓸 때 생깁니다. 내용은 좋은데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랄까요. 분명히 빛날 것 같기는 한데 빛이 안나는 상태의 글이 되지요. 그래서 저는 공개하는 글이라면 '중간다리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 '중간다리 역할'에 대한 생각

중간다리 역할은 간단해요. 우선은 떼쓰는 아이의 얘기를 받아 적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독자의 눈으로 읽어봅니다. 읽다보면 좋은 부분도 있고, 어떤 부분은 반복되는 부분도 있고, 어떤 부분은 구성을 좀 바꾸면 더 좋을 것 같다는 부분도 있어요. 그렇게 재구성하고 다듬어보고 하면서 글의 모양을 만들어 봅니다. 그리고 블로그에 올리는 거에요.

떼 쓰는 아이와 중간다리 역할 모두 글쓴이 자신이지만, 그 역할을 분리해주지 않으면 글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역할을 분리해주면 글의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5. 읽는 쪽의 노력에 대한 생각

아무리 글쓴이가 글의 완성도를 높여서 글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읽는 분의 노력이 부족하다면 그 글은 '작은 말동무'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지나가는 행인 1,2 정도가 되겠지요. 읽는 분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제가 다른 블로그를 읽을 때 노력하고 싶은 것을 써볼게요.

글을 제대로 읽자. 저는 모니터로 보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떤 글을 읽으려면 출력을 해서 밑줄도 긋고 메모도 하면서 읽습니다. 내용이 이해가 안되면 '의문' 표시를 해둡니다. 내용을 이해 못했다면 그 글을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없겠지요.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뭘 이해 못했는지 정도는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화를 하자. 필자는 나름의 노력을 해서 작은 말동무가 될 수 있는 글로 말을 겁니다. 그 말은 대화의 한 쪽이기 때문에, 읽는 쪽에서는 그 말을 들어주고, 내 답을 주어야 대화가 됩니다. 하지만 '글'이라는 특성상, 읽는 즉시 대답을 할 수가 없지요. 하지만 블로그의 특성상, 댓글, 트랙백 등 대답을 하는 기회는 열려 있지요. 저자가 이미 사망한 책의 경우에도 대답을 하는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저자에게 직접 대답하지 못해도, 주변 친구에게 그 책에 대한 생각을 얘기하면 그 책은 작은 말동무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화의 다른 한 쪽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그 글은 작은 말동무가 되지 못합니다.

6. 마무리

어떤 글이 길어야 하는지 짧아야 하는지는 '중간 다리 역할'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완성되지 않은 글을 완성해서 공개하지 않는 것도 잠재적으로는 시간기회비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미완성된 글을 완성해서 공개했더라면, 누군가는 그 글을 발아점으로 삼아서 더욱 생각을 깊게 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추.
떼 쓰는 아이의 얘기를 어떻게 들어주고 받아적는 지에 대해서는 제가 사용하는 방법을 별도로 블로그에 올리겠습니다.

댓글 3개:

  1. 과분하게 정성스런 나솔님 글을 접하니 일전에 메일로 주셨던 글이 더불어 떠오르네요(왜 그 글은 블로그에 공개하지 않으셨는지요? ^ ^; ).

    저로선 이런 직접적인 블로깅 대화야말로 블로깅의 가장 큰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깊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네요.



    여기에서나마 짧게 '궁금증'에 대해 답해드리면, "성하지 못한 글은 길이가 '짧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신 걸까요?"라는 부분이요, 그런 것은 전혀 아니고, 쓰다가 만 글들 가운데는 그 물리적인 부피로는 꽤 긴 글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완성"되지 않았다는 느낌, 생각이 너무 헝클어지거나, 최초에 글감을 접했을 때 떠올랐던 그림이 추상적인 채로나마 그 실루엣조차도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느낌... 그런 느낌들 때문에 공개하기가 꺼려지는 경우들이 대부분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심리적인 부담감인데요. 글이라는게 대단히 이율배반적인 정서를 만들어곤 해서.. 꼭 쓰고 싶었던 글이었는데도, 그렇게 쓰면서 나르시시즘을 느끼는 글이더라도, 그걸 밖으로 내보이는 건 부끄럽다거나,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글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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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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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민노씨 - 2010/01/07 19:46
    아, 그 예전에 썼던 것은 좀 공개하기가 그야말로 민망해요. 사소한 거에 집착하는 제 성격이 여과없이 드러날까봐 차마 공개를 못하겠어요. 저도 블로깅 대화를 바'라'면서 블로깅을 하는데, 한 번은 실천한 셈이네요.



    완성되지 않은 글을 길이가 짧을 것이라고 생각한 건, 약간 단순한 생각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쨌든 말씀드리고 싶었던건, 떠올랐던 그림,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셨으면 좋겠다는 건데 전달이 잘 되었는지 ^^;



    글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감은 백번 공감합니다. 저는 블로그에 글을 몇 개 안 올렸는데도, 별로 방문자가 없는데도 부담이 되요. 신경이 많이 쓰이고요. 그런 생각을 하면 자서전 내는 작가들 보면 정말 엄청 고민을 많이 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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