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31일 수요일

블로그낭송 #3. 빨간 사과의 진실과 구라



빨간 사과의 진실과 구라라는 글을 소리내어 읽었습니다. 이 글에 나오는 솔까말에 들어있는 '솔직'을 보고, 최근에 의미를 알게 되었던 담론에 대한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이해한 담론

담론은 권력을 만들어 내고 그 권력은 또다시 담론을 키우면서 서로를 계속 키웁니다. 큰 힘을 가지게 된 담론은 헤게모니를 가진 담론이라고 부르고 헤게모니를 가졌다는 이유로 그 담론은 더더욱 큰 힘을 가집니다. 하지만 헤게모니를 가졌다고 해서 그 담론이 정당하고 옳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지식을 가진 쪽과 가지지 않은 쪽이 나뉘면서 지식을 가진 쪽이 하는 말은 담론이 되고 힘을 갖게 되는데, 지식을 가지고 있는 쪽이 힘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서, 그 쪽에 있는 사람이 하는 말이 다 맞는 건 아니니까요. (담론05. 푸코의 담론이론, JSA, 지식노동의 목표)

'솔직'이라고 하면, 진솔하다, 정직하다라는 말이 떠오르면서 좋은 단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요, 이는 '솔직'이라는 단어가 그 말 자체로 좋은 가치를 가지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이는 이 단어가 '힘'을 가진다고도 이해하게 됩니다.

솔직하게 말하다.

'솔직하게'를 붙이지 않으면 거짓으로 말하는 건가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즉 '솔직하게'라는 표현은 '아, 음, 어, 그게 말이지..' 이런 것처럼 말을 이어나가기 위해 붙이는 습관적으로 붙이는 표현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아..' 같은 단어와는 다르게 '솔직'이라는 말이 힘을 가지기 때문에 뒤에 하는 말에 어떤 '가치'를 덧붙여주는 작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앤디님이 쓰신 이 글에서는 '솔직'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힘이 잘못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 같고요.

생각나는 몇 가지 표현들

- 솔직히 말해서...
- 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 다 좋으라고 하는 말인데..
- 나 혼자 좋자고 하는 얘기 아니야..

이런 말들은 있으나 없으나 별로 상관없는, 더의상 의미를 갖지 않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 뒤에 나오는 말은 그냥 말하는 사람의 의견일 뿐이에요. 하지만 '좋다', '너를 생각해준다' 등등 좋다는 가치판단이 들어간 단어들이 묘하게 부당한 힘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이런 표현들이 나왔을 때, 의미가 없다고 인식하고 가볍게 무시해서 넘어가주는 센스가 필요하지 않나 합니다.

설득의 심리학 - 인지해서 악용당하지 않도록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에서 읽은 내용이 생각납니다. 현대인은 무언가를 받으면 빚진 마음이 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뭔가를 받으면 주려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해요. 문제는 이런 속성을 이용하는 단체가 있다는 거에요. 예를 들어 인도의 공항에 도착한 관광객에게 한 소녀가 다가와서 꽃을 선물합니다. 모금통을 들고 있지만 아무런 요구는 하지 않고요. 그런데 그 관광객은 빚을 졌다는 마음이 들기 때문에 그 소녀에게 모금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소녀가 안 보이면 꽃을 쓰레기통에 버리지요. 관광객이 사라지면 그 소녀는 그 꽃을 주워서 다른 관광객에게 줍니다...

소녀의 행위가 이렇게 반복된다는 것을 관광객이 알았다면, 즉 현대인의 속성을 이용한다는 것을 인지했다면 관광객이 과연 모금을 했을까요? 책에서 얘기하는 건, 우리에게 이런 습관들이 있고, 이렇게 악용될 수도 있으니, 적어도 그런 것에 대해서 인지를 하고 있자, 그래서 악용당하지는 말자.. 이런 내용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솔까말이라는 말에 대해서도, 그 말이 붙여졌다고 해서 뒤에 나오는 말이 반드시 솔직하다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 다는 것을 적어도 인지해서, 세상을 긍정하는 나를 솔직하지 않은 나로 오해하는 그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발아점

빨간 사과의 진실과 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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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1. trackback from: 빨간 사과의 진실과 구라
    IMF 위기를 조금씩 극복해나가던 2001년 한 카드사의 신년 광고는 어느 여배우를 등장시켜 아주 단순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여러분, 부자되세요. 꼭이요." 무차별 카드 발급의 여파로 신용불량자가 매해 증가하던 시절이었다. 광고는 대박을 쳤다. 카드사의 이미지도, 배우의 이미지도 덩달아 올라갔다. 카드사로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지점을 정확히 공략한 셈이었다. 소비자들은 모두 부자가 되기를 원했다. 적어도 그런 말이라도 듣기를 바랐다. "부자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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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감사합니다. 잘 읽어주셨네요. '하나마나 한 말'이라는 내용도 새롭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겠네요. 문득 그런 잉여의 말로 '개인적으로' 같은 말이 떠오릅니다. 좀더 생각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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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엔디 - 2010/04/03 14:57
    앗, 들어주셨군요! 감사드립니다. 블로그의 글을 낭송하면서 글쓴 분에게 꼭 들어달라고 강요할 수 없는 문제인데요, 그래도 마음 속으로는 글 쓰신 분이 녹음한 것을 들어주셨으면 하고 기대한게 솔직한 마음이었어요. 아무래도 그 글을 제일 잘 아는 분일테니까요. 새롭다고 느끼신게 있다니 그것도 참 기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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