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8일 화요일

친구에게 - 영어 발음에 관하여

네가 영어 발음을 공부하고 있다고 하니, 문득 발음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어. 명색이 외국어 블로그인데, 발음에 대한 생각은 아직 쓴 적이 없는 것 같다.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마워.

나는 영어 발음을 어떻게 익혔나 돌이켜 보았어. 좋아하는 팝송을 따라 부르면서 익혔던 것 같아. 하지만 발음을 향상시키고 싶어하는 너에게 '좋아하는 팝송을 따라 불러보렴..'이라고 하자니 좀 부족한 것 같다. 팝송 따라하는 것을 안 좋아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팝송은 따라하더라도, 그게 회화를 하는데에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는 잘 모르겠어..

그래서, 최근에 배우고 있는 프랑스어 발음연습에 대해서 생각해 봤어. 프랑스어는 문법도 어려운 것 같지만, 발음을 배우는 게 무엇보다도 어려운 것 같아. 아직 다 배운 건 아니지만.. 도무지, 이렇게 써진 게 왜 이렇게 발음이 나는지를 모르겠는거야. 발음기호 설명을 보았지만 이걸 어떻게 발음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어.

몇 번이나 포기했다가, 최근에 다시 시도를 했어. 전략을 바꿨지 ^^v
이번에는 한가지 원칙을 기억하고 지키기로 했어.

들은 대로 따라하기

발음은 소리잖어? 소리를 글로 풀어서 설명한다는 건 좀 어려운 일인 것 같아. 음악 작품을 글로 풀어서 설명한다고 하면 비슷하려나? 음악 작품에 대해 설명한 글을 아무리 읽는다고 해도, 그게 음악하고 잘 연결되지는 않을 것 같아.

발음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도구는 네 귀라고 생각해. 발음하는 입모양을 보는 눈도 도움이 되겠지. 그런데 보통 입모양을 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깐 귀에 대해서만 얘기할게.

단어나 문장이 발음될 때, 그 소리를 결정하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있어. 모음, 자음이라는 부분도 있을 거고, 음이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것도 있을 거고, 각 음절의 길이가 달라지기도 하겠고... 다른 요소들도 있겠지만, 우선 생각나는 것만 ^^

모음이나 자음은 소리를 듣고 입모양을 보면 대략 따라할 수 있다고 생각해. 한국어에 없는 모음이나 자음은 비슷하게 하기 까지 시간은 걸리겠지만 말이지..  그리고 모음이나 자음은 연습을 많이 하는 것 같아서 넘어갈게..

그런데 모음과 자음 외에도, - 물론 엑센트라고 많이 강조하기도 하지만 - 음절의 길이나 음의 높낮이도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 오히려 그런 부분이 영어의 뭐랄까.. 들을 때 느껴지는 '흐름의 스타일'을 정하는 것 같거든. 왜, 노래하는 것 같다.. 그런 느낌 있잖어? 한국어나 일본어는 음절의 길이가 대부분 비슷하지.. 그런데 영어나 몇몇 유럽언어들은 음절의 길이가 잘 바뀌고, 높낮이가 한국어와 좀 다르게 바뀌는 것 같어. 이렇게 설명하니깐 참 안 와닿겠다. 미안 ㅎㅎ

하고 싶었던 얘기는, 듣고 따라하는 게 중요한데, 들을 때, 모음과 자음 외에도, 다양한 소리의 결을 느끼고, 그것을 따라했으면 한다는 거야.

따라할 때의 팁이 있다면, 아니, 조건이라고 해야 하나? 따라하려는 발음이 너무 빠르면 따라하기 힘들어.. 그 발음을 연습한다는 건 그 발음을 못낸다는 의미잖아? 그래서, 굉장히 과장하고 천천히 발음해서 그 소리의 결들을 뚜렷하게 알아들을 수 있게 해주는 발음을 듣고 따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따라하는 과정에서 첫번째는, 발음을 듣고 소리의 결을 '인식'하는 거야. 이 쯤에서는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이 쯤에서 환호하는 느낌을 내고.. 연기한다고 생각해도 좋아. 진짜 그 말을 하는 상황에 있는 사람처럼 말하는 거지 ㅎㅎ 물론 그런 느낌이 원본 발음에 있어야 하겠지?

 그리고 단어를 따라하는 것 보다는 문장 단위로 따라하는 것을 추천한다우... 발음기호에 얽매이지 않고, 소리의 결을 네가 느낀데로 표시해보는 것도 좋아. 강조하는 것 같으면 위에 점을 찍는다든지, 다른 소리에 비해 길다 싶으면 짝대기를 긋는다든지.. 등등 나는 그렇게 한다우.. 효과 있는듯^^

따라하는 과정에서 두번째는, 직접 소리를 내어 보는 거야. 내가 인식한 소리의 결을 최대한 반영해서 문장을 소리내어 읽어보는 거지. 궈가 원 발음을 어느 정도는 기억하기 때문에, 내가 소리를 내었을 때, 이게 비슷한지 안 비슷한지 아마 네 귀가 가려낼 수 있을 거야. 좀 비슷하다.. 싶을 때까지 연습을 해보는 거지. 음 그러고 보니, 막상 소리를 낼 때는 들었던 소리가 잘 기억안나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 이런 부분은 읽다가 표시해놓고, 다시 원본발음을 들어서 추가로 표시하는 거야.

마지막은, 내가 발음한 문장을 들어보는 거지. 나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몸 안에서 울리는 소리랑 몸 밖에서 울리는 소리가 다르다고 하잖어? 두번째 단계에서는 연습할 때 몸 안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어봤지만, 몸 밖에서 울리는 소리는 못 들어봤으니.. 녹음해서 들어보는 거지. 그 소리가 다른 사람이 듣는 소리일테니까.. 어떻게 들리는지 확인해봐야겠지?

참~ 이상하게도.. 녹음해서 들어보면, 꼭 틀린 부분이 있더라. 읽을 때는 비슷하게 했다.. 생각했는데도, 막상 들어보면, 어설퍼;; 어설프다는 건 원래 발음과 차이가 있다는 거지.. 그 차이나는 부분을 표시를 해서 네가 알아볼 수 있게 표시를 하는 거야. 어떻게 하면 더 원래 발음과 비슷해질지..  그 표시를 보고 다시 연습해서 녹음하고 들어보는 거지. 최대한 비슷해질 때까지. 단, 틀리는 부분만 표시를 하고, 잘 한 부분은 표시를 하지 않는 게 좋아. 다 표시하면 정작 내가 중요하게 봐야 하는 표시가 잘 드러나지 않거든. 일일이 표시하는 게 귀찮기도 하고. 그리고 이 표시를 할 때, 발음기호란 걸 활용하면 유용할 듯 ^^ 난 잘 쓰지 않지만...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고 나면 꼭 옆에서 누가 발음 교정을 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발음이 나아진다는 게 느껴질거야. 그리고 연습하다보면 이 부분은 이제 좀 알겠다.. 싶은 부분들이 점점 많이 생길거야.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서 다시 들어보면 또 새롭게 보이는 부분들이 있어. 또는 그 언어를 더 잘하는 분이 도와주어서 부족한 부분을 인식하게 되기도 하고.

단, 너무 많은 문장을 한 번에 연습하는 것보다는 한 문장을 여러 번 연습해서 마스터하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 ^^ 그런데 여러 번 한다고 해도, 난 세 번 이상은 못하겠더라. 지겨워서;; 반복연습도 중요하지만, 배우는데 지겨운 것보다 나쁜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터라..

그럼, 네 스타일에 맞게 잘 연습하길!


추1
"들은 데로"인지, "들은데로"인지 띄어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ㅠㅠ
(=> 양파뉴스님께서 알려주신 '들은 대로'로 고쳤습니다.)

추2
웰쉬님께서 알려주신 사이트인데, 발음 연습하기에 좋은 사이트인듯! 좀 더 써봐야겠다.
(웰쉬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르던 사이트였어요!)


댓글 5개:

  1. "들은 데로"와 "들은데로" 둘 다 아니고 "들은 대로"가 맞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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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음 우선 듣고 싶은 음성파일을 다운 받아봐야 겠다

    Lancet도 Neurology도 따라해보기엔 어려운 것 같아.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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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양파뉴스 - 2010/05/19 05:39
    옷,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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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발음해서 생각난 좋은 사이트 하나 소개할게요..

    많은 분들이 아실꺼같은데..

    englishcentral.com

    여기 전 정말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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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웰쉬 - 2010/05/27 18:01
    안녕하세요, 웰쉬님! 제 블로그에서 뵈니 정말 반갑습니다.

    확인과 댓글이 좀 늦어서 죄송하고요. ^^

    사이트 알려주셔서 감사드려요. 저는 모르던 싸이트였어요.

    언뜻 봤는데 좋은 사이트인 것 같아요. 저도 여기서 연습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네요. 이제까지는 영어공부 관련해서 좀 꾸준히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이트를 사실 발견하지 못했었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좀 다른 것 같네요. 우선 써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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