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4일 금요일

WOO_PD님께 국악이 인기..

WOO_PD님께

국악이 인기있기 때문에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악은 우리 나라에서 이어져온 음악이기 때문에 다른 누구보다도 우리가 제일 잘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외국어를 공부한다고 해도 모국어의 욕 한마디에서 느끼는 뉘앙스를 외국어로 느끼기는 어렵겠지요. 외국 음악도 많이 듣고 좋아할 수도 있지만 - 저도 개인적으로 국악 거의 안 듣고 외국 음악을 많이 듣습니다 - 가사의 정서를 모국어처럼 이해하기 어렵고 음악을 만들어낸 이들의 정서를 같은 민족의 정서에 공감하는 것처럼 충분히 느끼는 데 한계가 있지 않겠나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국악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금 국악이 설 자리가 적어지는 것 같은 상황이어서 더욱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악이 인기 없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음악을 한참 많이 듣던 십대를 기억해봤을 때, 국악을 들어볼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인 듯 합니다. 라디오 채널 하나와 가끔 명절 때 TV채널에서 보여주는 판소리, 국악 연주가 전부였던 듯 합니다. 왠지 나이드신 분들만 들을 것 같은 음악이었고, 그것도 워낙 가끔 들어서 잊을 만 하면 다시 한 번 나와서 역시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음악이구나 라는 생각을 재확인하게 했습니다. 원래 전통음악이 그런 스타일인 거라고 누군가는 주장할 지도 모르지만 전통음악에 비교해서 클래식 음악을 생각해보면 지루한 클래식 음악만 있지는 않고 격정적인 곡도 있고 앞으로의 진행을 예측할 수 없는 틀에 전혀 박히지 않은 곡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국악은 많이 듣지도 않고 국악을 새로이 만들어내는 사람도 적은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만드는 사람도 감상하는 사람도 적은 악순환인 상태가 지금 국악이 처한 상황인 걸까요.

고전 문학 산책이란 글을 읽다보면 선비가 감상에 젖어 거문고를 들으면서 그 마음을 달래곤 합니다. 거문고 음악을 운치 있게 즐겨본 적은 없지만 조선 선비의 글을 읽다보면 왠지 거문고 음악이 좋을 것 같고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납니다. 마치 어느 블로그에서 이 락그룹을 들으면서 좋았더라라는 글을 읽을 때 처럼요. 실제로 그렇게 좋은 락그룹을 알게 된 적도 많았어요. 조선 선비의 글을 읽어보면 그 때의 국악은 지금의 대중 음악처럼 삶에 가까운 음악이었을 것 같아요. 조선 선비도 젊은 시절이 있었을 테니 나이 많은 사람이나 들을 법한 음악만 있었던 건 아니었겠지요. 그런 생각을 하면 아마도 국악에서 과거와 현재를 이어 주는 어느 시기가 단절된 적이 있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일본의 지배를 받았을 때였을까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쭉 이어져오던 게 갑자기 없어지지는 않는 법이니까요.

별 내용도 없으면서 글만 길게 써서 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하면 국악을 조금 더 활성화할 수 있을 까에 대한 부족한 의견을 말씀드리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음악을 많이 듣는 사람들은 한창 십대 때 음악을 열정적으로 많이 들으며 나이가 들어서도 십대 때 들었던 음악에 대한 애정을 잊지 않는 듯 합니다. 그걸 생각해보면 이미 머리와 마음이 굳어지고 있는 삼사십대보다는 아직 유연하고 성장중인 십대에 국악을 충분히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면 어떨까 합니다. 음악이란 게 좋아하라고 명령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좋아하지 말라고 명령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많이 들려주면 개 중에는 분명 좋은 대학 입시용이 아닌 순수하게 그 음악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조금 우울해집니다. 입시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국악을 들을 기회를 늘리자고 하면 기존 음악 시간도 줄인다고 언뜻 들었는데 그런 의견은 외면당하고 말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십대 때 국악을 거의 접하지 못했고 접하지 못해서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외국에서 생활하시는 분들 중 자녀에게 한글을 가르치시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성장한 자녀가 한글을 모르면서도 자신은 한국 사람이라고 주장하면서 한글을 언젠가는 배우고야 말겠다고 말합니다. 대체 한글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자신의 뿌리를 알고 싶은 마음이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걸까요? 그런 자녀를 보면 안타깝습니다. 엄마가 가르쳐주었다면 나이 들어 따로 배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렸을 때 터득했을 텐데요. 국악에 대한 제 마음도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어렸을 땐 몰랐는데 나이 들고 보니 나는 한국 사람이고 서양 음악에 심취해서 자라왔는데 알고 보니 한국 음악도 있었더라. 하지만 이미 성장한 사람이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더욱 음악에 민감한 시기의 청소년들에게 또는 아동들에게 국악을 많이 들려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프로그램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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